지난 1994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지존파 살인사건은 한국 강력범죄 역사상 아주 특이했던 사건이다. 첫째, 오직 부유층 대량살상을 목적으로 젊은 민간인들이 조직을 결성하고 살인을 위한 아지트까지 건설했다는 사실이다. 둘째, 가장 잔혹하게 범죄에 앞장섰던 행동대장이 인질에 연정을 느껴서 도주를 용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조직이 와해됐다는 사실이다.

이 소설은 살인사건의 발단과 결말을 다루면서도, 지존파 행동대장과 납치됐다 탈출한 여성 사이에 벌어졌던 감정을 다루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이 여성은 느닷없이 지존파 일당에게 납치되었다가 극적으로 탈출해 그들의 실체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 여성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기는 했지만, 심각한 범죄 트라우마로 오랜 세월 방황해야 했다.

과연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극도로 흉악한 범죄자로 만든 그 증오의 실체는 무엇인지, 그런 증오 속에서도 한 여인에게 연정을 품은 행동대장의 그 애틋한 감정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이 이야기는 인간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만든다.